[글] 잔혹에 대해

 잔혹에 대해 난조 노리오 인간의 감정이 극단으로 달릴 때 잔혹은 태어난다. 아무 문제없이 일상생활이 평온하게 영위되고 있을 때, 잔혹은 나타나지 않는다. 하지만 일단 문제가 발생하고, 사회나 세상, 주변의 인간관계가 그 문제를 완화시킬 수 없는 상황 속에서 인간의 감정이 극으로 달렸을 때 드러나는 것이 잔혹이다. 인간의 감정이 극단으로 치닫는 경우는 다양한데, 예를 들면 슬픔 등이 그 하나다. 내가 무사의 아내 등을 소설로 쓸 때는 그런 슬픔을 표현하는데, 무사의 문제를 소설로 쓸 경우에는 잔혹을 표현한다. 나는 무사를 소설의 소재로 사용하는 경우가 많아서 당연히 「잔혹」도 많아진다. 남자의 감정이 가장 분명하게 드러나는 것이 바로 잔혹해졌을 때다. 남자도 부드러움을 표현한다. 하지만 그것은 어딘가 연극적이다. 남자의 경우 잔혹해졌을 때 그 본성이 나온다. 그래서 남자의 세계를 현실로 표현하려면 잔혹은 필수다. 예나 지금이나, 세계 어디서나 그렇다. 역사상의 문제를 뭔가 하나 들춰보면 된다. 그것을 더 파고들면 반드시 잔혹한 상황이 있을 테니까···. 나는 주로 역사소설을 써 왔지만, 예전의 사회에서는 잔혹이 드러나기 쉽다. 그곳에서는 뭐든 잔혹하다. 전국시대의 무장들처럼 대립을 완충해주는 조직이 없는 곳에서는 모두가 적대자와 직접 부딪쳐야만 한다. 자신이 이기든지 적의 손에 죽든지 둘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과거에는 사람들이 웃어른이나 동료들에게도 감정을 억누르며 살았기 때문에, 일단 그 균형이 깨지면 모든 것이 충돌하게 된다. 여러 감정들이 일시에 분출되고 극단으로 달린다. 잔혹해진다. 인간이 원래부터 잔혹한 동물인 것은 아니다. 뭔가 문제가 발생했을 때, 그것에 대립하지 않으려 노력하는 사람들도 물론 있다. 평온하고, 잔혹이 표면으로 드러나지 않는 사회도 역사 속에는 많이 존재한다. 잔혹이 표면화하지 않도록 제어하는 게 무릇 정치라고 할 수 있지 않은가. 하지만 문제가 없는 세계, 있어도 그 문제를 받아들이고 아무 일도 일으키지 않는 인간...

[책] 시구루이

원작 : 난조 노리오 작화 : 야마구치 타카유키 시구루이를 본 지도 어느 덧 20년이나 지났다. 하지만 처음 시구루이를 봤을 때의 충격은 아직 잊혀지지 않는다. 시구루이 전에 나온 사무라이물이라면 바람의 검심, 사무라이 디퍼 쿄우, 사무라이 참프루, 아프로 사무라이, 무한의 주인, 베가본드 같은 것들이 있다. 거기서 묘사하는 것은 예술 혹은 게임과 같은 느낌이었다. 사람을 베어도 상처 하나 없이 HP만 깎이는 것같은 그런 느낌 말이다. 거기에 진지함을 더하려 예술적인 동작이나 만화적으로 보이는 화려한 검술을 넣기도 했다.  좀 특색 있었던 작품이라면 베가본드인데 베가본드의 사무라이들은 검객이 아닌 철학자들이었다. 칼부림을 하는데 심오한 뭔가를 따지고 있었다. 열광하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나에겐 어색하게만 느껴졌다. 하지만 시구루이는 전혀 다르다.  잔혹하고 광기에 차 있으며 현대인의 정서와는 전혀 맞지 않다. 시간적으로는 몇백년 차이인 현대와 가깝지만 거기서 묘사하는 인간은 몇만년전 창으로 짐승을 찌르는 원시 수렵인에 더 가깝다. 야수로써의 인간을 묘사하는 것이다. 이것이 굉장히 설득력있게 느껴졌다. 손으로 칼을 들고 적의 뼈와 살을 가르는 인간의 정신은 인간보다는 짐승에 더 가까울 것같기 때문이다.  시구루이에 대한 다른 리뷰를 몇편 보았다. 대개 잔혹한 묘사에 중점을 맞춘다. 하지만 시구루이에서 보여주고 싶은 것은 잔혹 자체가 아닌 어떠한 인간상이고 잔혹한 묘사는 그 인간상을 보여주기 위한 도구일뿐이라고 생각한다. 시구루이에서 보여주고 싶어하는 그 인간상은 야만의 인간, 짐승으로써의 인간이다.  1권 말미에 원작자 난조 노리오가 쓴 글에 이런 구절이 있다. "내가 쓰고 싶은 것은 뭔가 문제가 생겼을 때 그걸 조용히 억누르려 하지 않고 감정이 폭발해버리는 인간, 감정을 극단으로 밀어내는 인간이다" 이것이 내 생각에 신뢰를 더 한다. 지금의 문명은 야성을 억누른다. 일본의 정신과 의사 구마시로 도루는 그의 책 "쾌적한 사회의 불...

[내생각]성공학에 대해

 어떻게 하면 성공할 것인가에 대한 책, 강연들이 한참 나오던 때가 있었다. 그리고 어느 순간 이를 비판하며 성공팔이라고 조롱하는 의견도 많이 보이게 되었다. 심리학이나 사회학같은 학문의 전문지식인들이 대개 성공학을 비판하며 성공학을 비판하면 뭔가 지식이 있어 보이기까지한다. 일단 나는 성공학을 긍정적으로 생각한다. 다만 나는 성공학을 다른 사람들이 받아들이는 것처럼 받아들이지는 않는다. 이제 내가 해석하는 성공학과 성공학에 대한 비판에 대한 반박을 두서없이 써나가려한다. 나는 인간이 어떤 결과를 얻는 과정을 크게 정신(내면세계), 행동, 결과(외부세계)의 3부분으로 나누어서 바라본다. 정신의 생각과 감정 등이 행동을 일으키고 행동이 그 행동에 대응한 결과를 낳는다. 이것이 인간이 어떤 결과를 얻는 기본 틀이다. 그래서 인생을 바꾸는 방법은 크게 2가지 주제를 가진다. 첫째 행동과 결과의 인과관계이다. 둘째 정신와 행동의 인과관계이다. (이렇듯 정신과 결과는 행동을 통해 서로 연결된다) 첫번째 주제인 행동과 결과의 인과관계는 어떤 행동을 선택할 지에 대한 전략이다. 예를 들어서 '부자가 되고 싶다'는 외부세계에 존재하는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 어떤 행동을 선택해야 할 지에 대해 주식을 해야 한다, 부동산을 해야 한다, 사업을 해야 한다는 등의 행동선택지가 있고 어느 것이 유효한 선택지 인지에 대해서 성공학은 논의한다. 또 다른 예로 서울대에 가고 싶다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 공부시간을 늘린다, 일타강사의 강의를 듣는다, 수면시간을 늘린다, 수면시간을 줄인다, 등등의 행동선택지가 있다. 성공학은 이런 행동선택지 중에 무엇이 유효한 선택지인지에 대해서 논의한다. 행동선택전략에서는 이런 특정 분야에 대한 구체적 전략만 있는 건 아니다. 매 시도마다 신중하게 계획하여 실행할지, 많은 양의 시도를 하여 그 중에 양질의 결과가 나오길 기대할지, 그러니까 양이 먼저인지 질이 먼저인지에 대해서 선택할 수도 있다. 이런 방식의 행동선택은 보편적인 전략에 대...

[유튜브]수학은 발명된 것인가 아니면 발견된 것인가

 채널 : 날것그대로의물리 수학이 발명된 것인지 발견된 것인지 탐구해보는척 하지만 사실 수학은 발견되는 것이라고 결론을 정해놓고 같은 말을 동어반복하는 영상이다. 수학적 실재론자, 즉 플라톤주의자다. 영상에서는 수학이 발견된 것이라는 것, 더 나아가서 우주의 본질이 수라고 말한다. 그리고 그 증거로 수학자들이 재미로 만들어낸 허수가 후에 양자역학에서 쓰였다는 점, 상상으로 만들어낸 비유클리드기하학이 상대성이론에서 쓰였다는 점을 든다. 즉 대응하는 물리적 실체를 확인하기 전에 이미 수학적 구조가 나왔다는 점을 수학이 우주의 본질이며 발견되는 것이라는 논리의 근거로 삼는 것이다. 좀더 자세하게 얘기를 듣고 싶다면 날것그대로의물리 채널에 가서 25분짜리 영상을 보시기를 바란다. 나는 이러한 플라톤주의가 종교와 같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플라톤주의에 젖어있으면서 이성을 표방하는 것을 위선적이라 생각한다. 그럼 나는 수학이 뭐라고 보느냐? 나는 인간이 세상을 보는 방식이 수학이라고 생각한다. 이제 내가 이런 결론에 이르게 된 정황들과 그래서 인간이 세상을 보는 방식이 어떤 것인지에 대해서 살펴볼 것이다. 1. 영상에서 말하기를 3은 지금도 3이고 예전에도 3이고 인간이 있기 전에도 3이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인간이 발명하지 않은 원래부터 존재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 일단 3이 무엇을 말하는지를 살펴보자. 3은 1이 반복된 것이다. 그 중에서도 3번 반복된 것이다. 동어반복인것처럼 보일 수도 있다. 그렇다면 이렇게 써보자. 1+1+1 이것이 3이다. 수식으로 적는다면 1+1+1=3이 될 것이다. 좀더 원시적으로 써보자 1, 1, 1 이렇게 될 것이다. 여기서 한 차례의 통찰이 더 필요하다. 방금 나열한 3개의 1은 모두 같은 것이라는 거다. 첫번째 1과 두번째 1과 세번째 1이 같지 않다면 결코 3이 될 수 없다. 같은 것이 3번 반복되어야 그걸 3이라고 부른다. 그럼 같다는 것은 뭘까?  같다는 것이 뭔지 단정하기에 앞서서 우리가 뭔가...

[유튜브] 한국인은 왜 여행을 좋아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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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채널:이충녕의 재점화 충코씨는 여행의 본질을 보는 것이라고 보고 보는 행위의 의미를 살핌으로써 한국인이 여행을 좋아하는 이유에 대해서 살펴봅니다. 저는 한국인이 여행을 좋아하는 이유가 한국인의 현세적인 세계관 때문이라고 봅니다. 제가 볼때 한국인은 내세에 대해서 별 가치를 두지 않는 것같습니다. '개똥밭에 굴러도 이승이 좋다'라는 말은 이런 가치관을 잘 보여준다고 봅니다. 내세가 없다면 현생에서 해 볼 수 있는 것은 모두 해봐야한다는 결론이 자연스럽게 나옵니다. 또한 이런 관점에서는 현생에는 끝이 있으므로 짧은 시간 다양한 경험을 많이 하는 것이 가치있습니다.  '해 보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하다와 보다가 합쳐진 말이죠. 하는데는 시간이 많이 소모됩니다. 하지만 보는데는 시간이 많이 소모되지 않죠. 그래서 가능한한 많은 경험을 하기 위해서 하는 것을 생략하고 보기만 하는 것이 한국인의 여행입니다. 할 수 만 있다면 '하는' 경험이 더 좋죠. 하지만 애초에 제한된 시간만이 주어진 것이 인생인지라 모든걸 직접 해보기에는 시간이 너무 부족합니다. 그래서 한국의 패키지 관광을 보면 재밌는 특징이 있습니다. 절대 한 곳에 오래 머물러 있지 않습니다. 짧은 시간 동안 가능한 한 많은 곳을 둘러 보는데 집중합니다.  또 여행에서 가이드의 설명을 듣는 일에는 별 관심이 없습니다. '내 두 눈'으로 '직접'보는 것 자체에 가치를 둡니다. 왜냐하면 보는 것이 가치 있는건 어디까지나 그것이 경험의 액기스로써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설명을 듣는 것은 경험이 아니죠. 그래서 관심이 없는겁니다. 많은 경험에 가치를 두는 연장선에서 나오는 말이 '남들 하는건 다 해봐야한다', '젊어서 고생은 사서도 한다'와 같은 말이라고 생각합니다. '남들 하는건 다 해봐야한다'는 반드시 해야하는 최소한의 경험, 즉 경험의 하한선을 가리키며, '젊어서 고생은 사서도 한다'...

[책] 수학의 확실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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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학의 확실성 저자 : 모리스 클라인 현대인이 수학에 관해 갖는 환상, 즉 명확하고 확실하며 흠이 없다는 환상, 그 자체로 진리라는 환상을 깨부순다. 수학은 과연 무엇일까? 수학은 과연 어떤 성질을 갖고 있을까?  형이상학적 철학과 논리로 접근할 수 도 있지만 작가는 역사적으로 수학이 어떻게 만들어져왔는지를 살펴보면서 그 역사적 발전과정 자체에서 수학의 불확실함의 증거를 찾는다. 이는 과학은 과학의 역사 그 자체라는 말을 떠올리게 한다. 음수는 어째서 수인가? 허수 i는 어째서 수로 받아들여졌는가? 를 살펴보는 것과 같은 실제 역사를 통한 접근이 나에겐 마치 화석이 진화론의 증거가 되듯이 확실해보였다. 책의 말미에 수학이 무엇인지에 대해 작가의 추측이 어렴풋 나오지만  명확하게 무엇이다하고 단정짓지는 않는다. 책 제목이 말해주듯 수학이 확실하고 명확한 진리가 아니라는 것을 알리는 것이 이 책의 목적인듯하다. 수학을 신앙하게 되었을 때 나타나는 부작용으로는 대표적인 것이 물리학에서 나타나는 아름다음에 대한 심취인 것 같다. 리사 펠드만의 수학의 함정에는 아름다움을 진리로 착각하는 이론 물리학자들의 이야기가 나온다.  수학은 최고의 도구이지만 완벽한 도구는 아니다. 수학은 확실성과 명확성을 갖지만 그것이 완벽한 확실성과 완벽한 명확성을 이야기 하는 것은 아니다. 최고이지만 완벽하지 않기에 조심해서 사용해야 하는 것이다.

[책] 내 안의 물고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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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 안의 물고기 저자 : 닐 슈빈 우리는 어떻게 만들어 졌을까요? 다들 아시다시피 답은 진화입니다. 그런데 진화라고 할 때 머리 속에 그려지는 그림은 대개 개통이 분화되는 그림이나 DNA, 지질학 연대기같은 그림일 겁니다. 그런데 개통 분화도는 진화의 결과에 대한 것이고 DNA의 나선형태 그림은 감각적으로 진화와 연결되진 않습니다. '내 안의 물고기'는 진화를 감각적으로 느끼게 끔 만들어줍니다.   형태변화는 터무니없이 이루어지지 않고 공통의 원형에서 갖고 있던 것이 변화된 것입니다. "중요한 것은 전혀 다른 생물들 사이의 차이점이 아닌 유사점이다" 이 책의 가장 중요한 메세지이자 관점입니다. 사지동물들의 사지의 생김새는 모두 다르지만 뼈 한개 - 뼈 두개 - 동그란 뼈 여러개 - 손가락·발가락의 구조는 동일합니다.  새, 박쥐, 고래, 인간, 개, 말, 도마뱀, 개구리, 도롱뇽 등등 우리 모두가 얼마나 가까운지 피부로 느껴집니다. 이 책에는 사지의 유사성 뿐만 아니라 시각, 후각 등 다른 감각 기관의 유사성, 심지어 미생물과 우리와의 유사성까지 쉬운 말로 잘 설명해 줍니다. 진화를 느낌으로 느끼고 싶다면 가장 돋보이는 책이 아닐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