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시구루이
원작 : 난조 노리오 작화 : 야마구치 타카유키 시구루이를 본 지도 어느 덧 20년이나 지났다. 하지만 처음 시구루이를 봤을 때의 충격은 아직 잊혀지지 않는다. 시구루이 전에 나온 사무라이물이라면 바람의 검심, 사무라이 디퍼 쿄우, 사무라이 참프루, 아프로 사무라이, 무한의 주인, 베가본드 같은 것들이 있다. 거기서 묘사하는 것은 예술 혹은 게임과 같은 느낌이었다. 사람을 베어도 상처 하나 없이 HP만 깎이는 것같은 그런 느낌 말이다. 거기에 진지함을 더하려 예술적인 동작이나 만화적으로 보이는 화려한 검술을 넣기도 했다. 좀 특색 있었던 작품이라면 베가본드인데 베가본드의 사무라이들은 검객이 아닌 철학자들이었다. 칼부림을 하는데 심오한 뭔가를 따지고 있었다. 열광하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나에겐 어색하게만 느껴졌다. 하지만 시구루이는 전혀 다르다. 잔혹하고 광기에 차 있으며 현대인의 정서와는 전혀 맞지 않다. 시간적으로는 몇백년 차이인 현대와 가깝지만 거기서 묘사하는 인간은 몇만년전 창으로 짐승을 찌르는 원시 수렵인에 더 가깝다. 야수로써의 인간을 묘사하는 것이다. 이것이 굉장히 설득력있게 느껴졌다. 손으로 칼을 들고 적의 뼈와 살을 가르는 인간의 정신은 인간보다는 짐승에 더 가까울 것같기 때문이다. 시구루이에 대한 다른 리뷰를 몇편 보았다. 대개 잔혹한 묘사에 중점을 맞춘다. 하지만 시구루이에서 보여주고 싶은 것은 잔혹 자체가 아닌 어떠한 인간상이고 잔혹한 묘사는 그 인간상을 보여주기 위한 도구일뿐이라고 생각한다. 시구루이에서 보여주고 싶어하는 그 인간상은 야만의 인간, 짐승으로써의 인간이다. 1권 말미에 원작자 난조 노리오가 쓴 글에 이런 구절이 있다. "내가 쓰고 싶은 것은 뭔가 문제가 생겼을 때 그걸 조용히 억누르려 하지 않고 감정이 폭발해버리는 인간, 감정을 극단으로 밀어내는 인간이다" 이것이 내 생각에 신뢰를 더 한다. 지금의 문명은 야성을 억누른다. 일본의 정신과 의사 구마시로 도루는 그의 책 "쾌적한 사회의 불...